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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2/18 三魔 [2005] 등산 - 소백산 01 - 비로봉

2006년 12월 9일...





수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전날 바리바리 싸놓은 가방을 들고 동생집으로 향한다.
혹시나 해서 전화해보니 역시나 그제서야 일어났군...
'구의'역에 도착하여 김밥을 사고 기다린지 얼마 안되어 8시 40분 경 동생과 예비제수씨가 도착한다.
동생의 차에 몸을 싣고 출발!
과연.... 제 시간에 갈 수 있을까?
 
피곤한 동생을 대신에 중간중간에 운전도 대신 해주고... 중간에 쉬엄쉬엄 가주기도 하고...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막 비가 그치는 중이었는데 도중에 박달재쪽으로 오니 산 중간중간이 하얗다.
다시 단양으로 들어서니 그쪽은 비.... 게다가 안개도 많이 끼었고....
그렇게 풍기IC에서 내려 희방사쪽으로 올라가니.... 눈 앞에 어느정도 높이는 비고...
그 위는 눈이 내린 듯.... 하얗다.
 
 
 
희방매표소를 지나 들어가는 초입.
오른쪽으로 돌면 도로를 따라 희방사 입구까지 가는 길이고
왼쪽(표지판)은 생태공원식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저 멀리 산허리부터는 하얗다. 저기에 눈이 있다는 것이다.

 
 
 
 
 
 
산길 초입에는 녹은 눈과 비가 섞여 있고... 중간중간은 살얼음이 끼어있다.


 
 
 
 
희방폭포 역시 중간중간에 얼음이 끼어있는데
얼마전까지는 날이 따뜻했었나보다.
폭포는 시원스럽게 물을 내리쏟고 있다.


 
 
이제 희방사까지 왔는데...
어느새 희방사 주변에 눈이 가득 쌓여있다.


 
 
 
저 아래에서 출발할 때 봤던 산 허리는 여기쯤이 될 것이다.
어느새 발목까지 푹푹 빠져드는 눈길이 나타나고...
이제 이 길을 따라 깔딱고개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편한 듯 하여... 아이젠은 꺼내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하얀 설경이 그저 눈이 부실 뿐이다.
다만 날이 점점 흐려지고 올라갈 수록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미리 옷을 주섬주섬 껴입은 상태라서... 온몸에는 땀이 가득 차기 시작하고
헤어밴드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 아래쪽에서 맞은 빗방울과
여기서부터 받는 눈자락이 머리에서 녹아 땀과 함께 흐른다.


 
 
 
본격적으로 깔딱고개로 올라가는 길 중턱에 나무가 쓰러져있다.
예전엔 이 길을 나무가 막고있진 않았는데....
이쪽도 무언가 많이 바뀐 듯 하다.


 
 
 
문수봉 오르는 길도 받침대가 설치되더니...
소백산도 깔딱고개로 오르는 길에 이런 쇠줄이 설치가 되었다.
이게 언제 생긴거지? 올해 3월까지는 없었는데.... 허.... 참....


 
 
게다가 이런 계단까지 생기고...
예전엔 사람들이 이쪽 깔딱고개쪽으로 비료포대를 가지고 눈길을 즐겁게 내려오곤 했는데..
이젠 못하겠구나...


 
 
 
 
 
드디어 깔딱고개로 올라오고...
아무래도 힘들게 올라왔기 때문에 다시한번 겨울장비를 준비한다.
스패츠를 준비하고 체인아이젠까지 착용을 하고...
11시 50분에 출발한 산행이 딱 한시간이 지난 상태.
여기서부터 연화봉까지 한시간 가량....
다소 늦게 산을 오른 터라 비로봉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은 꾸준히 이런 길을 계속 가는거다.








 
 
 
 
 
비나 눈은 그쳤지만 중간중간에 짙은 안개가 몰려온다.
길이 갑자기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얀 화이트 아웃 상태가 되기도 한다.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환상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아침 8시쯤 김밥 한줄...
그리고 12시 다 되어서 산행을 시작하다보니 어느새 배가고파지고...
게다가 눈길을 다니다보니... 평소에 비해 발걸음도 힘들다.
점점 힘들어지는 몸을 꾸역꾸역 끌고 오르다 목이 마르면 눈꽃을 한입 베어물기도 하고...
이렇게 힘들면 비로봉까지는 가기 힘든데...
2시 전에 연화봉을 올라 4시까지 비로봉 간다면 6시까지 삼가사로 갈 수 있을까?
과연....
 
 
다행히 1시 40분경 연화봉 바로 아래까지 왔다.
이 이정표가 희방사 코스로 올라오면서 만나는 가장 반가운 이정표다.
100미터 남았으니까...


 
 
마지막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그리고 드디어 연화봉에 오른다.
1,383미터의 높이를 지닌 연화봉.
실제로는 소백산은 제1연화봉 - 제2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 연화봉은 제 1연화봉과 제 2 연화봉 사이에 있는 봉우리다.
아래에 바로 소백산 천문대가 있어 '천문대'로 불리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에 '연화봉'이란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이곳에서 크게 세개의 길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비로봉으로 가는 능선길(이 길이 주능선길이며 주 코스라 할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올라온 희방사코스
다른 하나는 죽령재(죽령옛길)로 내려가는 코스다.


 
일단 올라왔으니 증거샷 한 컷.

 
 
 
배가 고파 일단 먹을 것을 먹어야겠는데
이쪽 봉우리도 바람이 좀 부는 터라 바람을 피할 곳을 먼저 찾는다.
바람과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멋진 능선을 바라보지 못해서 아쉽긴 하다만
언제 이 길을 이렇게 또 다닐 수 있겠는가...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한번 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중식은 김밥에 캔맥주 하나.


 
 
연화봉 바로 뒤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체온이 급격하게 내려간다.
손도 바들바들 떨 정도로 얼어버리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비로봉까지 갈 수 있을까?
 
지난번 소백산행때에도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힘겹게 헤치며 비로봉까지 갔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이시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이런 안개속을 헤치며 눈밭을 거닐 것을 생각하니... 다소 위험하다.
평소라면 4시간이면 삼가매표소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오늘같은 날이면...
최소한 다섯시간은 봐야 하는데.... 오후 5시면 어두워지는 터라 아주 위험하다.
결국 비로봉으로 넘어가는 길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가볍게 눈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그리고 바들바들 거리는 몸을 이끌고 죽령길로 향한다.
 
 
 
 
죽령길로 내려가다보면 바로 '소백산 천문대'가 보인다.
하지만 손가락도 얼었고 너무 춥기도 해서 카메라를 꺼낼 수도 없는 상태.
일단 몸이 풀릴때까지 사진촬영은 포기하고....
 
 
하지만 소백산 천문대에서 통신기지국까지 가는 2~30분의 길은
소백산에서 눈길이 예쁜 곳 중의 하나로 통한다.
커다란 철쭉에 피어있는 눈들이 만발한 이 곳을 지나다보면 그저 환상일 수 밖에 없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사진찍기로 하고....
통신기지국을 지나쳐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향한다.
 
참고로, 희방사에서 연화봉까지는 약 4km이지만
연화봉에서 죽령옛길(죽령휴게소)까지는 7km다.
다만 길이 편하게 되어 있으므로 긴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내려가는데 약 1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눈이 많이 쌓인 터라 '체인아이젠'의 힘을 믿고 후딱후딱 내려간다.
 
 
그런데.... 어느정도 몸이 풀릴 무렵부터는 도중에 수십번이나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왜냐고????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눈의 세상때문에....
 
 
 
 
 
이렇게 안개와 눈발이 한두번 몰아닥치기도 하다가...




 
 
다시한번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미 오르면서 젖어있던 머리카락은 꽁꽁 얼어버리고...


 
 
오랜만에 머리 앞쪽은 백발이 되어간다.


 
 
 
 
 
몇몇 나무는 이미 쌓인 눈때문에 부러질 듯이 휘청거리며 가지를 내리고 있다.
조금만 더 눈이 오거나 저상태로 얼거나 하면 그 무게때문에 가지는 부러진다.


 
 
다른 나무는 사시사철 부는 바람때문에 가지가 아예 한 방향으로 나 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태양도 안개속에 뿌옇게 모습을 드러낸다.


 
 
 
눈의 무게가 어느정도냐 하면...
아래 축 처진 나뭇가지의 눈을 털어보았다.
가지 하나만... 어느정도....


 
 
 
조금밖에 털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위로 튕겨져 올라온다.
그만큼 눈이 내리다가 녹다가 얼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리고....
그러면서 가지가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쳐지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의 설경이 발걸음을 잡는다.
 



 


 
 
 
 
 
 
어느정도 죽령고개쪽으로 내려왔는데도 아직 눈이 많이 쌓여있다.
하지만 날은 슬슬 개고 있다.


 
갠 하늘을 배경으로 눈 덮인 나무들은 또다른 모습을 낳는다.
마치 쌍둥이들처럼...


 
 
죽령매표소로 내려오는 마지막 내리막길이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지는 해의 빛을 받았는지 구름이 물들어간다.


 
 
 
 
겨우겨우 죽령휴게소로 내려오니 휴게소 부근의 가게에서 한 아주머니가 뭐좀 먹으란다.
날도 춥고 배도 고프고 해서 일단 그 가게로 들어갔다.
컵라면 2,000원, 일반라면 2,000원이라니... 어차피 비싸다는 거 알지만...
기왕 그런거 일반 라면 하나 끓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작은 팩 소주 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 잔에 담는다.
사이다 잔에 한 가득 찰랑찰랑 담기니 그 모습이 아름답다.




 
 
 
어느새 뜨끈뜨끈한 국물과 함께 라면이 나오고 김치도 나오고...
라면 한그릇을 먹으면서 소주도 한잔 한다.

 
 
 
 
- 아휴~ 이제 살것 같네요~
- 이런 겨울에는 산 탈때 장비를 많이 해야 한다니깐...
- 그래도 예전보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죠? 이 고개...
- 그렇지... 고속도로 생기면서 사람들 거의 안오지... 이쪽으로는....
- 그래도 산타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요?
- 예전에 비해서는 어림도 없지...
- 하기사.... 고속도로 없을 땐 이쪽길이 주 도로였으니....
- 맞어...
- 그래도 생각보다 이쪽에도 눈이 많이 왔네요... 저 아래 희방사매표소쪽은 비가 내리던데...
- 이번 겨울 들어 지금이 네번째인가? 눈 많이 온 날이...
-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 그럼.... 이 눈도 어젠가 그제 왔는데.... 날이 추워서 길도 다 얼고....
- 저도 다 내려와서 미끌어져 넘어질 뻔 했다니깐요...
- 난 저기 앞에 화장실 갈때 두번이나 넘어져서... 이것봐....
- 아이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버렸네요... 이런...... 퉁퉁 부었고...
- 일단 약 발라서 어느정도 괜찮긴 한데... 아들녀석이 웃고 난리야...
- 어머님이 다치셨는데 왜 웃어요?
- 가게에서 고 앞에 화장실 가는데 넘어진다고...
- 에구... 그래도 나이가 드셔서 한번 다치시면 오래가요... 조심하셔야죠...
- 뭐 그렇지....
- 저는 서울서 왔는데.... 산타고 이제 영주 어머니한테 가야죠...
- 나도 큰아들은 충주 있고, 작은 아들은 서울에... 딸내미들은 대전하고 어디어디에 있고....
- 다행히 한분 빼고는 다 충청도에 계시네요?
- 그래서 명절땐 내가 큰아들네 가면 다 모이지 뭐...
- 그럼 여기선 혼자 사세요?
- 그랴...
- 집이 어느쪽이세요? 단양쪽? 풍기쪽?
- 아냐... 저기 앞에 바로 조금만 내려가면 있어...
- 여기 죽령에 사시는거에요?
- 그래...
- 그럼 이 김치도 김장하신거겠네요?
- 어때? 맛있어?
- 예~ 맛있어요... 한접시 더 주세요~
- 그랴요....
- 김장 많이 하셨어요?
- 에잉... 뭐 그리 많이 하진 않고... 산이 높아 지난달에 다 끝냈지 뭐...
- 그렇죠... 이곳은 추우니깐....
- 어여 먹고... 커피 한잔 줄까?
- 네에~ 한잔 주세요~!
- ..
- 그래도 이쪽으로는 가끔 사람들 많이 오죠?
- 그럼~ 많이 올땐 바글바글하지...
- 철쭉제때도 무지 많죠?
- 어떨땐 버스 다섯대가 와서 200명 내려놓고 간 적이 있어..
- 네에? 한번에 200명이요?
- 그래... 한달에 한번씩 놀러가는 시장 할머니들이라는데.... 그때 이 휴게소 바글바글했었다니깐...
- 하기사... 철쭉제때는... 저 산꼭대기도 바글바글해서 앉을 자리도 없다니깐요...
- 후후... 삼천원만 줘...
- 에? 왜 삼천원이에요.... 라면 이천원, 팩소주 천 오백원, 커피 오백원... 사천원이잖아요...
- 괜찮아... 그냥 삼천원만 줘~
- 아녀요...잠깐만요... 지금 천원짜리가 없으니 만원...
- 됐어... 여기 칠천원~
- 아이고... 괜찮은데... 이거 제가 죄송해서 어째요...
- 괜찮아... ㅎㅎ
- 여기서 희방사 입구까지 내려가면 한시간 가량 걸리나요?
- 눈 없을 때 내 걸음으로 40분이었으니... 지금은 한시간쯤 걸리겠지?
- 그럼 슬슬 내려가야죠... 가다가 마음좋은 사람 만나면 태워주겠죠?
- 그랴... 조심해서 가고...
- 네에~ 장사 잘 하시구요... 다음에 또 올께요~~
- 조심햐~
 
 
 
 
 
 
 
죽령고개는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서 충청북도 단양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중앙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차로 이동할 땐 이 길밖에 없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와 죽령고개에서 잠시 쉬고 다시 반대편으로 꼬불꼬불 내려간다.
예전에는 풍기와 단양, 혹은 영주와 단양을 잇는 버스가 이쪽으로 많이 다녔으나
이제는 아예 끊긴 상태다.
다만 하루에 두번 정도 단양에서만 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간혹 인천에서 차를 끌고 갈 때, 북단양 IC에서 내려 이쪽길로 옛 기억을 따라 넘어가곤 한다.
눈때문인지 이곳 죽령고개의 도로에는 모래가 뿌려져 있다.
아래는 단양에서 영주로 넘어가는 길....


 
 
 
이 사진은 오른쪽 죽령휴게소가 있고...
아래로 가면 단양으로 가는 길이다.


 
 
 
슬슬 걸어내려오는데 여전히 멋진 광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나이드신 한 아저씨가 태워다 주신단다.
고맙습니다 하고 잽싸게 타서 한두마디 하다보니...
알고보니 중학교 30년 선배시다.
감사하다.
 
 
희방사 매표소 초입에 내려 버스를 기다린다.
저 산허리에 쌓인 눈이 서서히 구름에 가려져간다.


 
 
 
희방사 입구에 5시 20분에 버스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한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하나를 사고 버스 시간을 확인한 후 잠시 몸을 녹인다.
주인 아주머니와 친구분들이 해물부침게를 하더니 나에게도 젓가락을 주고 좀 먹으란다.
감사하다.
먹어줘야지...
 
 
 
그리고 잠시 쉬는 사이...
어느새 버스가 왔다.
 
11시 50분에 시작한 산행은 버스를 타는 17시 15분에 끝이 났다.
 
힘든 산행이기도 했지만....
죽령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눈 덮인 길은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눈과 함께 어우러진 소백산은 즐겁고 반갑고...
그리고 올 때마다 하나하나씩 아름다움을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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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0 08:52 2007/02/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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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의 마지막 주말.
미리 소백산 계획을 짜놓았지만...
같이 가고자 했던 분들의 사정으로 인해...
금요일 밤에 출발하려던 것을 토요일 아침으로 변경되었다.
 
결국 경주에서 우여곡절끝에 올라와(경주-동대구-서울역KTX-인천)
여장을 풀고 다시 짐을 챙기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동생과 동생여자친구를 만나 술한잔 하고 그네 집에서 자고 새벽에 나가려고 했는데...
客의 처지라 동생이 당구치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쳐줘야 했다.
 
경주에서 올라오자마자 서울로 왔기에 힘들고 피곤해서 동생 집에서 먼저 자고
새벽에 눈을 뜨니 동생여친이 열심히 김밥을 싸고 있다.
동생과 동생여친은 이날 파주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가려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다 하고... 동생여친이 주는 김밥과 오렌지, 방울토마토 등을 싸들고 집을 나왔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같이 가기로 한 분들이 먼저 와계신다.
영주가는 버스가 아닌 바로 풍기가는 7시 반 버스티켓을 끊고 아침을 토스트와 국수로 채우고 준비완료.
 
다소 걱정이 든다.
7시 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10시쯤 풍기 도착.
좀 빡세게 산행을 해야 적절한 시간에 내려오고 부석사를 구경할 수 있다.
 
산행은 혼자 하는 경우랑 같이 하는 경우 그 속도의 차이가 꽤 크다.
대부분 같이 하는 경우 속도가 많이 처지게 된다.
이날의 산행계획을 결과적으로 잘못 세웠다는 나의 실수는 산을 오르면서부터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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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새벽에 일찍 나왔기 때문에 잠을 못잔 듯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따뜻한 온기속으로 몸을 뉘였다.
나역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가 문득 눈을 뜨니 버스는 어느새 치악휴게소로 들어가고 있다.
휴게소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산행차림이었다.
아마도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일기예보가 맞나 싶었다.
중부지방에 눈이 많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7시 반에 서울을 떠날때 약간의 진눈깨비 비슷한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치악산휴게소에서는 그 눈발이 조금 더 많아졌다.
소백산 능선을 보여주려 가는 길인데... 아마도 눈이 오게 되면 힘들것 같다.
 
풍기에 도착하고 보니... 이런... 삼가매표소 가는 버스가 15분 전에 출발했다.
대략 난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매표소까지 가서 출발해야 했다.
택시는 비로사까지 15,000원에 가자고 했지만 난 매표소까지 10,000으로만 가자고 했다.
 
매표소에 내려 입장표를 끊고 전열을 정비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야영장 옆에 붙어있는 매점에서 캔맥주를 하나 마시고 준비를 한 후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 시간은 10시 30분... + 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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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 소백산에 오르는 이들에게 계속 강조했던 것은 소백산의 바람!
야영장에서 오르는 순간부터 머얼리서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려온다.
죽령터널을 빠져나와 풍기에 들어설 때에는 맑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온다.
그리고 진눈깨비가 다시 흩날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마도 일행에게는 힘든 산행이 되지 싶은 걱정이 든다.
야영장에서 비로사까지 올라가는 길도 꽤 멀다.
한명의 남자분은 체력이 되는 듯 잘 올라갔지만 다른 한명의 여자분은 힘에 겨운지 벌써 숨이 가쁜듯 하다.
소백산을 처음 오르는 이들을 과연 끝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
 
걱정을 하면 오히려 산에 오르는 기쁨이 없어지리라...
다만 안전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겠지.
 
나역시 헐떡거리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비로사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산행코스로 접어들었다.
 







비로사로 오르는 길에 싸락눈이 오다 말다를 반복한다.
헐떡이는 사람들과 함께 달밭골을 지나는 등산로를 오르다 이상한 바위와 대면했다.
 
 
덩쿨인지 등나무인지.... 너무 두꺼워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나무둥치가 커다란 바위를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한이 맺혔길래...

아니면 얼마나 둘이 사랑하길래...
아니면 얼마나 집착하길래 그렇게 온몸을 칭칭 휘감고 있는 것일까...



가까이서 봤더니... 어떻게 보면 바위에서 저 나무둥치가 솟아올라 바위를 휘감은듯 보이기도 하다.
약간은 신비한, 약간은 섬짓한 느낌으로 바위를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올라가다 뒤쳐진 이를 기다리고...
한참을 올라가다 뒤쳐진 이를 기다리길 몇 번.
 
어느새 싸락눈은 꽤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함박눈이 아닌 싸락눈인 상태로 내리던 눈은 사람들의 옷에, 베낭에, 그리고 머리위로도 슬슬 쌓여간다.
 
 


 
 
싸락눈이 내리는 양과 함께 시야도 옅어져갔고 바람도 거세어진다.
비로봉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고 비로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내려오는 한 소년의 헤어스타일이 완전 백발의 오대수다.
오대수가 15년이 아니라 30년을 감옥에 있었으면 그랬을 백발...
 
 
문득 산길을 가다가 갑자기 내려오는 이도 올라가는 이도 없는 자그마한 길이 나온다.
마치 팀버튼의 영화속에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저 길을 걸어가다보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
벌써 주변 나무에 싸락눈으로 인한 눈꽃이 피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일행들을 독려했다.
싸락눈을 맞으면서 비로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옷과 머리, 모자, 가방에 성에가 하얗게 껴 있었다.
계속 올라가면서 샘터까지만 가면 300미터 남았다고 독려했으나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샘터에 1시가 다 되어서야 샘터에 도착했으니 거의 두시간 반이나 걸렸다.
나혼자 산에 오르던 생각만 했던 것이 첫번째였고
모두의 산행속도를 맞추지 못했던 것이 두번째... 잘못이지 싶다.
일행들은 모두 산행을 자주 한 사람들이지만.... 소백산.... 그것도 눈이 내리는 겨울산은 힘들다고 한다.
하아....
 


 
 
샘터에서 억지로 억지로 올라가 비로봉 바로 밑에서 옷을 다시 챙겨입자고 했다.
드디어 바람이 다가오는 것이다.
바람에 대해 무지 겁을 줬었는데.... 흐흐흐
나도 겁이 나서 재킷 안에 조끼를 다시 껴입었다.
다른 일행들과 같이 아이젠을 신고 비로봉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비로봉 마지막 단계는 백 몇개 정도 되는 나무계단이다.
이상하게도 여기 계단은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꼭대기에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꼭대기에 올라간 순간.... 주변 10여미터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볼따구를 세찬 눈보라가 두들겨팬다.
아니.... 눈보라는 세찬 바람에 의해 바늘처럼 피부를 콕콕 찌른다.
엄청난 바람에 의해 능선은 볼 수도 없었고.... 억지로 비로봉을 나타내는 비석에 기대어 사진을 찍는다.
 
 




빠질 수 없는 셀푸샷!
 
 


국망봉쪽에서 비로사쪽 길을 향해...
 
 


국망봉쪽으로 쌓여있는 돌더미들...
 
 
 
 
상황을 보니 절대 국망봉이나 연화봉쪽으로 능선을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다른 사람들 몇명은 완전무장을 해놓은 상태로 연화봉으로 발길을 돌려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갔다.
 
세찬 바람과 눈보라를 피해 언덕 아래 사람들이 대피해놓은 곳으로 가서 일행에게 물어봤다.
이상태로 능선을 탈 수 있겠냐고.... 아마도 안될것 같다고들 한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비로봉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비로봉 오르는 나무계단 옆에 피어있는 철쭉에 핀 눈꽃.

 
일행중 여성분의 머리카락 조차도 눈보라에 꽁꽁 얼고 살짜쿵 눈꽃을 달아 백발이 되었다.

 
 
 
 
 
 
 
 
다시 샘터로 돌아온 시간은 어느새 오후 2시가 가까워졌다.
올라가기 전 김밥 두줄로 버텼던 일행들은 배고픔에 다시금 눈을 맞으며 점심상을 폈다.
 
 
동생 여친이 해준 4줄의 김밥 중 남은 두줄, 각자의 컵라면, 누룽지, 팩소주, 오렌지, 방울토마토..
그리고 풍기에서 산 소백산 솔 막걸리... 맛나더군...
 
내리는 눈을 펑펑은 아니지만 열라게 맞으면서 식사를 마무리하는 나와 남자분.


 
 
20여분동안 밥을 먹고 자리를 정리했다.
그동안 머리와 재킷, 가방에 붙은 눈을 털고 일어나 하산을 시작했다.
 
20여분을 더 내려오는 동안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빠른 구름 사이로 태양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날이 개고 있는 것이다.
어느정도 내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비로봉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비로봉.
30분만 기다렸다면 비로봉에서 태양을 보고 아름다운 능선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비로봉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몇 컷 더 찍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빛을 받은 눈꽃은 더욱 하얗게 빛나고...
아쉬운 빛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열심히 하산을 시작했다.
 
 
 
비로봉에서의 하산길은 그리 재미있진 않다.
어떻게 보면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것이므로 지루하다.
말이 없이 다들 피곤한 듯이 서둘러 내려와야 했으나 내려오는 속도도 그리 빠르진 않았다.
다행히 4시가 조금 넘어서 삼가리 야영장에 도착했으나
풍기로 가는 버스는 이미 4시 전에 출발하였으니...
이날은 그나저나 운이 없는 날이었다.
 
 
 
4시 버스를 타야 풍기 가서 부석사를 갈 수 있었으나 내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여 버스를 놓쳤고
결국 부석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쉬다가 택시를 타고 풍기로 간 다음 풍기서 영주행 버스를 탔다.
미리 집에다 전화를 해서 어머니께 식사 3인분을 부탁했다.
그리고 따뜻한 방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신 김치찌게와 굴, 김, 김치 등을 맛나게 먹었다.
일행들은 지치고 힘들어서인지 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조금 쉰 다음 시외버스터미널에서 6시 45분 발 동서울행 버스티켓을 끊었다.
 
 
 
이미 어두워진 상태에서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모두 피곤한 듯 재킷을 끌어올리고 눈을 붙였다.
나역시 피곤에 지쳐 눈을 붙였으나...
위성방송에서 8시에 하는 '부모님 전상서'가 시작하는 시간에 눈을 떠 드라마를 끝까지 보았다.
 
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서 동서울에 도착했고...
일행들과 함께 전철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은 전철 자리에 앉아서까지 졸고 있었고...
잠시 깬 그들에게 신촌에서 인사를 하고 신촌에 내렸다.
 
신촌에서 동생과 동생 여친을 만나 나머지 짐을 건네주고
소주한잔 걸친 다음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들어온 시간은 새벽 1시 반이 넘은 시각.
 
몸과 마음이 다 지친 상태에서....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나역시 도저히 졸음을 참지 못하고 3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난 눈보라를 헤치고 소백산 능선을 타고 있었을까...
 
 
 
 
어렵사리 마친 산행....
사람들을 이끌고 내가 주선한 산행이었지만...
제대로 일행들을 이끌지 못하고 힘들게 하고 시간도 맞추지 못하게 했다.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나에게도 미안하다.
 
산에서 남들을 이끈다는 것이...
다 같이 보조를 맞추어 산행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왜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소백산아....
너는 설날때 다시한번 보자꾸나...
 
 
 
이로써.... 2005년 1월의 주말 이야기를 마친다....
 
휴우..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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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8 23:21 2007/02/1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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